[007]
오랜만의 라이딩
오랜만의 라이이딩이다. 남균이가 이번 주말에 날씨도 맑고, 따뜻하니 라이딩을 가자고 제안했다. 보통은 고민을 좀 하고 결정을 하는데, 상훈이가 흔쾌히 콜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가고 싶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날이 추워서 라이딩을 거의 하지 못하고 많이 움츠려 있었다. 이제 슬슬 몸을 일으켜 세울때가 된 것 같다 (귀찮음을 떨쳐버릴 때도 되었다.). 다음 달에는 다같이 자전거 대회도 나가기로 했으니, 그 전에 몸을 좀 만들어 둬야할 필요도 있으니.
남균이가 도착할 때쯤 주섬주섬 라이딩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자전거 뒷바퀴를 달았다. 이번 겨울 내내 롤러에 자전거가 장착되어 있었다. 롤러를 사놓고 제대로 하지도 않았구나. 역시 야무지게 끝까지 해내지 못했군. 쯔위프트를 결제해 놓고 딱 두번 밖에 안타다니... 이런이런. (변명은 수만가지 있지만서도...)
뭐, 그건 그거고, 오늘 라이딩은 즐겁게 가야지.
날이 좋다.
날이 딱 좋다. 자전거 타기에 최고의 날씨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간간히 불어오는 찬바람은 몸을 시원하게 해줬고, 라이딩을 즐겁게 해줄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오랜만의 라이딩이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라이딩은 항상 즐겁다. 무엇인가 함께 하고 있다는 그 자체의 즐거움이랄까.
그렇지만, 라이딩은 항상 편하지만은 않다. 고통도 조금 따른 달까. 역시 즐거움은 이겨낼 만한 고통 속에서 나오는 것 같다. 오랜만의 업힐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간절곶가는 길이 수월하고 즐겁게 갈 수 있는 경로라 들었었다. 난 오랜만이기도 하고, 간절곶 초행길이고 하니 부담없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번 먼저 가보았던 친구들이 조금 더 다이나믹한 경로로 바꾸었고, 중간에 업힐도 몇개 추가해놓았던 것이다. (경로를 조금 바꿨다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로 힘든 업힐이 있을 줄 몰랐다! 아!- 그냥 내 몸이 허약해져서 그런건가?)
왠지 예전에 몇 번 갔었던, 에덴벨리보다 훨씬 더 힘들게 느껴졌다. 체력이 방전되고, 숨은 헐떡거리고, 도저히 못 올라같아서, 도로를 왔다갔다 S자로 움직이며 꾸역꾸역 올라갔다. 다행이 에덴벨리만큼 거리가 길지 않아 끝까지 갈 수는 있었지만, 초반부터 진을 많이 뺐다.
오랜만의 클빠링?
이제는 다운힐이다. 엄청 힘들게 올라왔으니, 이제 좀 쉬자. 보급을 위해 마트에 들렸다. 상훈이와 남균이가 먼저 도착했는데, 마트로 가려면 도로를 건너야 했다. 왕복 2차선이라 차가 없으면 건너면 되는 곳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내 뒤로 차가 줄줄이 왔다. 계속 오는 차를 피해 건너려다가, 도로와 인도 사이의 홈에 바퀴가 걸려 넘어졌다. 괜히 클릿을 빼기가 싫어서 버티다가 일어난 참사. 덕분에 클빠링까지..! 그 모습이 재밌는지, 상훈이가 얄밉고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쵯. 마트에선 포카리로 갈증을 해소하고, 초콜릿으로 열량을 채웠다. 물도 보급 완료.
왜 이렇게 따라가기가 힘든거야?
그 뒤의 라이등은 낙오의 연속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뒤에 바짝붙어서, 끝까지 따라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따라가기도 너무 힘들었다. 10미터, 20미터, 50미터, 100미터, 200미터, 이제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역시 난 꾸준히 하지 않으면 체력 유지가 잘 안된다. 금방 몸이 안하던 상태로 돌아간다... 결국 간절곶도 동시에 도착하지 못했다. 거의 다 도착할 때쯤, 기다려주기까지 했는데... 그 잠깐의 거리에도 뒤쳐져서 같이 도착하지 못하다니!
그래도 좋다.
그래도 좋네! 친구들과 같이 여기 와있고, 넓은 바다가 훤히 보이고, 날씨도 따뜻해서 좋고. 그리고 어떤 것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 허기가 있어 좋다. 샤방샤방하게 올줄 알았던 라이딩이, 멘붕 라이딩으로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만큼 해낸 기쁨은 크다.
이제 돌아간다. 간절곶에서 조금만 가면 나오는 국수집에 들렸다. 역시 라이딩 후 먹는 음식은 어떤 걸 먹어도 맛나다. 반찬도 몇번씩 더 리필해서 먹었다. 이제는 뒤처지지 않겠다 다짐하며, 체력 보충을 위해 사탕과 커피도 잔뜩 먹었다. 밥을 먹고나니 기운이 좀 더 났다. 간절곶으로 갈 때보단 훨씬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장장 6시간동안의 라이딩이 끝이났다. 날도 많이 길어졌구나. 점심 때 쯤에 출발했는데, 이제 이 시간이 되어도 어두워지질 않네.
카메라가 천근만근.
아, 오늘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간 것이 후회가 되었다. 샤방 라이딩할 때는 커다른 DSLR 카메라를 들고가긴 하는데, 라이딩할 때, 걸리적거리지만 많이 힘들지도 않으니, 사진 찍는 기회도 만들고, 좋은 추억, 좋은 사진 몇 장 남기고자 해서 시작을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따라가기만 바빠서 제대로 사진도 못찍고, 흘러내리는 카메라를 주섬주섬 다시 돌려 놓느라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그 덕분에 평소에 비해 사진도 많이 없다.
다시 체력을 키우자.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쯔위프트를 다시 결제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으흠..! 고민되는군.
-3월 11일 (토) 간절곶 라이딩 with 상훈, 남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