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준이 이사를 도와주러 가다 1 - 나의 장점은?

우준이 이사를 도와주러 가다 1 - 나의 장점은?

작성일
2017-03-11
카테고리
생각
[003]

나의 장점은 무엇인가?

2017년 3월 5일 (일), 상훈이와 같이 우준이 이사 도와주러갔다. 요새 상훈이가 하도 나에게 지적같은 조언을 많이 해주는데, 그런 것 말고 나의 장점도 좀 말해달라고 했다. 좋은 면도 좀 많이 봐달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너무 단점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에서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딱히 생각이 안났는지, 나에게 되레 묻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은 무엇이냐고.
음... 보자... 어떤 것이 있을까? 내가 상훈이에 비해 잘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상훈이가 나에게 배울만한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막상 떠오르려 하니 잘 떠오르지 않는다. 평소 내가 꾸준하고, 부지런하고, 근면한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그런 것 같지 않다. 무엇을 시작하면 끝을 보지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무리가 늘 아쉬웠다. 정리, 정돈도 잘 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상훈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했고. 남들 말을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듣지 않고, 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떳떳하게 당당하게 나의 일을 하고 있다고 몇 개월전까지 말했는데, 이제 그런 확신도 없는 것 같다. 일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그때의 비해 열정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오그램처럼 일정한 주기로 왔다갔다 하긴 하다. 남들에게 배려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배려를 하다보니, 남에게 맞춰준다라는 느낌도 있는 것 같다. 선의로 행한 행동들을 남들이 몰라줘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가끔씩 그것으로 인해 섭섭한 말을 듣거나 하면 내가 더 좌절하고 그랬는 것을 보면, 내가 순수하게 베푼 것이 아니라, 난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야'라고 어필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부분은 참 애매하다.

계속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에 비해 상훈이의 장점은 내가 몇가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과 회의를 이끌어가고, 대화를 잘 하는 것, 운동을 할 때 의식적인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 신체적인 장점 등을 말이다. - 그런 의미에서 옆에서 이것저것 배우고 있는 중이지만, 피곤하기도 하다.
차로 이동하는 중에 곰곰히 생각해봤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상훈이도 몇 가지 말해주었다.
디자인적인 감각? 자신에 비해 디자인을 잘한다고 하였다.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디자인도 같이 하고 있고, 예전에 상훈이 게임 속의 배경을 찍어주고 그랬었는데, 그때 잘한다고 해주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렇게 말해준 것 같다.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 내가 먼저 다가가긴 어려워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가까이 오게 할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단다. 어릴적에도 난 말없이 조용히 했지만, 자주 친구들이 다가와 나의 주변에 모였었다. 약간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꽃이나 나무 같다고 할까. 하지만, 그런건 학교에서나 가능한 일이란다. 사회에 나와서는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단다. (이런 어릴적인 상황에서 약간 수동적인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한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고, 대화하는 법을 잘 익히지 못한 것 같다.)
요리 능력? 이건 사실 스킬적인 것인데, 요리하는 것을 상훈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 군대에서도 급양병(2지망으로 지원)으로 있었고, 스타트업을 하면서도 식사준비는 내가 하고 있다. 지금은 다 만들어져있는 반찬 꺼내고, 국 끓이고가 다지만, 그래도 준비하면서 착착 정리되고, 만들어지는게 좋긴 하다.
몇 분동안이나 고민해봤는데,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그만큼 남들에 비해 내세울만한 장점이 없었던 것인가 싶다. 뚜렷히 잘하는 것이 없는... 도대체 나의 장점은 무엇인가? 그것이 뚜렷히 없다면, 난 남들 앞에서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