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예전에 운영했던 Pulse-Beat's Bits-Box 블로그의 글을 옮겨 왔다.: 비공개로 남아있었던 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그가 받은 상처, 고통, 슬픔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가슴이 아프다. 답답하다. 무엇인가 잘 안된 일인건 분명한 것 같다. 회사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면서 아주 좋게 끝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각자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다시 한번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했었다. 하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최악으로 끝난 것이다. 그것도 말한마디 때문에.
이루말할 수 없는 실망과 회환을 그에게 남겨주고 간 것이었다. 내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았던 일인데 말이다. "부모님이 바라보는 상훈이의 모습" 때문이다. 어릴적에 내가 어떤 말을 드린 걸까? 무슨 모습을 보셨길래 그런 말씀을 하실까? 내가 상훈이에 대한 안좋은 점을 말씀드렸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난 부모님께 친구에 대해 나쁜 말을 해드린 적이 없는데 말이다. 이것도 내가 혹시 착각한 것일까? 기억 속에 없는 내용들이라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우고 싶었던 과거라 잊고 있는 것인가? 항상 부모님께서 물어오실 때, 내가 드는 처음 느낌은 그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만 한다는 게 내 가치였고 믿음이었다. 남을 험담하는 것은 잘 못된 일이라는 것을 어린 마음에 잘 알았으니까 말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 안하고, 그 친구들의 장점을 강조하는데 애를 썼기 때문이다. 커서는 몰랐지만, 어릴 때 내가 인기가 많았던 이유 중에 하나도 그 행동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겁도 많고 소심했지만, 친구들을 편하게 대해주고 존중해주려는 게 내가 생각했던 나의 과거 모습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오래도록 쌓인 사실들 때문이 아닐까? 농구공이 몇 년째 안돌아오고 있다는 점. 돈이 어디갔냐는 몇 번의 질문 끝에..할 수 없이 친구에게 빌려 주고 친한 친구니까 꼭 값을 것이며, 곧 돌려받을 것이라 말씀드렸던 점. 매일 같이 찾아오는 친구를 보고 느꼈던 감정들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정말 그 친구를 옹호하지 않았을까? 내심 그 친구를 잘 못보고 계신 것을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내가 제일 친한 친구라 생각하고 있던 그였으니 말이다. 난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무섭다. 내가 그에 대한 어떤 험담을 부모님께 말했던 것일까?
난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할 아들이 다른데서 딴 짓을 하고 있으니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걱정하실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같이 하는게 상훈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고 해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말씀을 충분히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진행이 많이 되었을 때, 계속 물으시는 바람에 누구인지 대답을 했다. 누구인지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던 것은 우리 사업을 결과만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어떤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드리는 것보다는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드리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없으면 어떤 말씀을 내가 드려도, 취업하기 전의 나의 마지막 발악,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실 것 같아서이다. 어찌되었든 회사 운영 중반에 상훈이와 같이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상훈이에게 말했던 그 내용을 부모님께 들었다. 그런 친구가 아니라고, 혹은 그건 옛날 얘기라고, 내가 그런 애였으면 같이 사업을 시작했겠느냐는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말씀하신 일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옛날에 느꼇던 부모님의 감정의 한 부분일 뿐, 혹은 나를 취업의 길로 다시 돌아오라는 식의 부모님의 걱정 아닌 걱정의 말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고 사업을 진행시키는 중일 때, 상훈이에게 그 말을 전해주는 것은 딱히 긍정적인 일이 아닌 것 같아 말을 안했다. 나중에 혹시 회사를 그만 두거나 먼 미래에 술자리에서 말을 하는게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회사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마무리 되고,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끝이 되는 상황. 긍정적으로 마무리가 되어서 마음이 좋았다. 물론 섭섭함과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말이다. 부모님 얘기가 나와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옛날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오히려 그런 마음을 말해줌으로써 나를 위로해줄 것이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 부모님의 걱정과 반발에도 난 꿋꿋히 회사를 운영했고, 상훈이를 회사의 동료로서, 친구로서, 그만큼 내가 믿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한 건 내가 그를 좋은 친구라 생각하지 않고, 그의 장점과 무한한 가능성을 내가 보지 않았다면 결코 회사를 같이 운영해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결과를 매우 다르게 나왔다. 말이 가진 무서운 힘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 섭섭해하는 그의 모습과 화난 모습에 당황했다. 이미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변명거리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차에 타며 집으로 가는 중에 난 또 한번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상훈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잘못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도 자신을 믿어주고 꿋꿋히 해나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리고 이렇게 끝난 회사에 대해 더 큰 아쉬움이 남아서 감정을 추수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내가 더 큰 미안함이 들었다.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건 이렇게 했어야 했고, 저건 저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뒷 좌석에 앉아 남모래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고마웠다. 결과는 이렇게 됐지만, 서로 응원해주고 있는 상황이었고, 많은 경험들과 깨달음을 얻고 갔기 때문이다. 이제 어떠한 일도 조금 더 크게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함께.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은 아주 큰 착각 중에 최고였다. 어제 친구와 모인 술자리에서 본 심정을 들었기 때문이다. 눈물을 펑펑 울정도로 섭섭했고, 나에게 대단히 실망했다는 말. 그리고 더 이상 이제 너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없을 것 같다는 말. 어안이 벙벙했었다. 난 그다지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그 사실에, 그 동안 쌓여온 나에 대한 감정을 그 사실에 다 쏟아붇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내가 말하려 했지만, 들으려 조차 하지 않았다.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취기로 인해 그냥 던지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한말이었다. 나의 소심함과 어리석음, 어리숙함, 작은 그릇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다. 누구보다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해왔던 나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도록 했다. 최대한 그 사람을 존중해주면서 그 사람의 삶에 도움주는 삶을 살자고 다짐해왔던 내 수십년간의 모토가 잘 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해줬다. 난 독단적이며, 남의 생각을 수용할 줄 모르는 속좁은 사람. 남의 충고, 친한 친구의 충고조차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작은 그릇을 가진 사람. 조금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만 만나고 다니며, 어린 왕자같은 사람.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
참 슬프다. 내가 생각해왔던 삶 자체가 뒤흔들리는 순간이다. 내가 생각했던,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 삶을 살아가는 방식, 행복의 조건들이 모조리 거부되는 순간이다. 내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가슴이 아프다. 이처럼 불편한 큰 진실의 깨달음의 선물을 주려고 그토록 많은 시련을 겪게 해주셨는가? 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난 무엇을 믿으며 살아야 할까? 지금의 내 자신의 것을 모두 버리고, 밑바닥 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것인가? 눈물이 난다. 답을 모르겠다. 그냥 답답하다. 그리고 실망이 크다. 나에 대한 실망도 크지만, 그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자체가 나에겐 섭섭함으로 다가온다. 나 자신을 그 정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와 나의 그 동안의 경험도 슬프지만, 그가 가졌던 나에 대한 믿음이 그 정도밖이라는 것이 더 슬프다. 그와 나의 믿음의 울타리들이 많이 닳고 닳았구나. 세월이 약일까? 난 대화를 하고 싶다. 일방적인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닌, 나의 생각도 들어줄 수 있는 그를 기대한다. 그동안 내가 마음으로 울부짖고, 눈물을 머금고 삭히며 말하던 나의 말이 그의 마음에 닿지 않았다. 난 단지 나를 먼저 이해해달라고 외치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잘못하고 있고, 아무리 그른 일을 하더라고, 내가 살아온 세월에 대한 총체인 그 상황을 먼저 이해해주기를 바랬다. 공감해주고 감싸주면서 이제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기대했다. 단지 이 상황이 이렇게 잘 못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 저렇게 해라, 니 생각은 잘 못된 것이다, 너는 어리다, 받아들일 큰 그롯이 되라, 성숙해져라, 찌질이 같이 행동하지마라,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를 버려라 등의 말 같은 것은 나를 다시 한번 초라하게 느끼게 한다. 그것이 오랜만에 만난 술자리에서 진심으로, 한번씩 던지는 말이라면 나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생각을 많이 하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말을 하루에도 두세번씩 듣게 된다면 내가 아니라 그 누구도, 그것이 친구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친구의 조언이라기 보다는 잔소리며 훈계이고 생각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마음을 받아들일 그릇이 못된 것도 더 큰 이유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답답했다. 지금의 나라면 그 때의 그 말들을 좋게 받아들였을까? 아니, 분명한 건 내가 아직 그정도로는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난 이상을 꿈꾸는 어린이다. 어리숙함으로 무장한 청년이다. 속좁은 노인네다.
난 혼란스럽다. 난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난 외치고 싶다는 것이다. 문을 두드리고 싶다.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표현하고 싶다. 잠들기 전, 난 그에게 그동안 가졌던 나의 마음을 다 말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생각을 했다. 항상 조심스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들. 그게 그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나에 대해 섭섭함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상황보다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믿음의 연결고리가 이미 닳고 달았는데 말이다. 난 그를 만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 대해 믿음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것은 나의 크나큰 도전이다. 새로운 실험이다. 일단은 나의 행동이 그렇게 큰 악의가 없었고, 어리숙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해보일 것이다. 친구에 대한 나의 믿음이 그렇게 갸날프지 않고, 확고한 믿음이 있었음을 증명해보일테다. 그것이 실패한다면, 내가 굳게 간직했던 믿음을 송두리째 뽑아 짓밟아 없애버리겠다. 그동안 살아온 동안의 나의 믿음을 실패로 인정하고 인생의 소중한 교훈으로 간직하겠다. 그 동안 살아온 날들에 대한 부정은 큰 슬픔이다. 혹독하고 가혹하다. 가슴이 미어진다. 눈물이 난다. 슬프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 그를 이해시켜보려 한다. 내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던 아픔, 슬픔, 환희, 기쁨, 감사, 믿음, 나의 생각들... 그리고 그에 따른 나의 행동들. 마음과 행동의 괴리를 이해하고, 그것이 바른 마음에서 출발한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나의 서툰 표현 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난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는가보다.
난 나의 생각들을 너에게 말하기로 했다. 그 문이 굳게 닫혀있어도 말이다.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일인지는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니가 그토록 원했던 나의 속 마음들을 여지없이 말해 보려한다. 이 것은 대화가 아니다. 나는 잘 알고 있다. 그저 문을 두드리고 싶을 뿐이다. 이해해달라고.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난 속이 좁지 않으며, 누구보다도 친구들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그래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내가 잘 못된 것이 확실해지겠지.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겠지.
일단은 내가 써왔던 일기를 보내보려한다. 그 당시의 나의 마음들.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게 많은 글을 쓴 것은 아니더라. 뭐... 어찌되었든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아무 생각이나 써보려 한다. 그 속에는 너에 대한 감사도 있을 것이고, 너에 대한 부정도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뭐, 알고 싶다니 이제부터 말해주지. 듣기 싫어도 읽어줬으면 좋겠다. 생각날 때마다 메일을 보낼 생각이다. 답장은 기대안한다. 아니 안했으면 좋겠다. 니가 어떤 말을 한다면 내가 곧바로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다. 그저 들어줬으면 한다. 그것이 너한테 매우 어려운 일인줄은 안다. 하지만 나에게도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메일은 참 좋은 도구인 것 같다. 그래서 메일을 택했다.
오늘은 어제있었던 일들에 대해 오늘 써내려갔던 일들을 보내려 한다. 다시 읽고 가다듬지는 않았다. 한번 더 보고 고치면 왠지 미화시킬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두서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오늘" 느낀 생각들이다.
행복한 하루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