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예전에 운영했던 Pulse-Beat's Bits-Box 블로그의 글을 옮겨 왔다.: 비공개로 남아있었던 글
나는 너무 폐쇄적인 것일까?
어릴적부터 몰래몰래 하는 것을 좋아했다. 공부를 안한척 하면서 우수한 성적을 낸다던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한 결과물을 그다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척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어떻게 보면, 투자한 시간보다 더 좋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했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멋있으니까 말이다.
브릿튼즈 갓 탤런트에서의 폴 포츠, 수잔 보일 신화, 한국의 슈퍼 스타K2 에서의 허각과 같이 어리숙하고 어딘가 빠져보이는 생김새에서 우러나오는 뛰어난 재능이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는 것처럼 나 또한 그런 것을 바래왔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유전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빛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모진 시련과 훈련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성이 더 아름답고 빛을 발하듯이.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건데, 나는 창업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사람들에게 공개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되어야 당당히 창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 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창업하는 것을 숨기고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으려 했다. 혹시, 어쩌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남에게 떵떵거리며 창업을 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실제로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 끝나버리면 너무 허무해서? 아니면, 다른 사람들 도움 없이 혼자서 해내었다는 것을 보여줄려고? 같이 하는 친구들을 떳떳히 공개할 수가 없어서? 아직은 "창업한다"라는 것을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이룬게 없어서?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가지만,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 이제껏 그래왔듯, 남들 앞에서 나의 얘기를, 나의 마음을, 나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않은 나의 성격때문일지도?
하지만, 몇 일전 갑작스럽게 사업에서 빠진 친구를 보면서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가 우리가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렸었더라면, 쉽게 나가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 친구의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공표를 했다면, 탈퇴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는 것은 나도 또한 사람들에게 목표에 대해서 말하고, 나의 비전에 대해서 말하고 다니면, 창업에 조금 더 몰두있을 거라는 말이 되지 않을까? 사업 아이템을 주변인들에게 말을 하고, 그들의 생각을 우리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 그들의 지식을 조금더 수월하게 물어볼 수 있게 만드는 것, 우리 스스로도 남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기 위해 더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것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가장 간단하게 생각해보건데, 친구들에게 사업 아이템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이디어가 유출될까봐 그러는 것 아닐까? 그렇다는 것은 내가 그 친구들을 믿지 못한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고, 그러한 상황을 애초에 막기 위해 나는 "창업"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아닐까?
어떻게 보면, 현재의 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공개를 통한 정보 공유효과와 비공개를 통한 아이디어 유출방지. 어떤 것이 정답일까?
아직은 답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조금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친구, 선배, 후배들 한분한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그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의견을 조금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나의 얼굴을 걸고 인터넷 세상에 나의 모습을 들어내는 것,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그들에게 수없이 많은 정보를 배우는 것들은 현재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좋은 동료와 세상에 한발 앞서 전공 지식을 쌓고 있는 선배들, 장차 나의 후원을 받고 나를 지지해줄 후배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유명한 멘토들, 롤모델 모두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세상의 보물같은 존재들이다. 나는 이것을 인식하고 환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서야겠다. 앞으로도 돈과 재물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인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