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예전에 운영했던 Pulse-Beat's Bits-Box 블로그의 글을 옮겨 왔다.: 비공개로 남아있었던 글
방학이 한달 남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단계. 4월 이후로 시작된 나의 개인 회사를 운영해나가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현재는 그 순수했던 재미보다는 수익에 대한 아쉬움으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와 더불어 생활 자체도 많이 느슨해졌다. 여유라는 말보다는 게으름이 먼저 떠오르고, 열정보다는 안정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삶을 한번 다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등러 키보드를 잡았다.
거의 십년여년만에 가족여행을 갔다. 아빠가 가르쳐주는 골프레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병원에서의 작은 아버지의 눈물이 또한 가슴깊이 와닿는다. 우리 아빠보다도 젊으신데도, 아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이 들어보이신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환자복을 입고 계신 작은 아버지. 얼굴에는 삶의 흔적들이 묻어 나오고, 환자복과 기타 의료기기들이 더욱 초췌하게 보이게 한다. 온통 주변엔 환자들뿐인 병원. 그 중에서도 가슴이 아팠던 건 나를 보시고 우시는 작은 아버지였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세월에 대한 허망함?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한 아픔? 그것보다는 안타까움과 후회의 마음이 더 크시지 않았을까. 어릴적 보던 나의 모습과 달리 부쩍 커버린 나를 보시며, 당신의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의 감정이 가슴 속부터 터져나왔으리라. 나의 가슴 속에서도 무엇인가 모를 숙연함이 몰려왔다. 더불어 현재 건강하게 살고 계시는 부모님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이다.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삶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고, 내가 죽을 때가 되어서도 참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야 좋지 않을까? 머리 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 상황이 실제 닥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을 앞둔 사람의 감정은 난 알지 못하지 않을까? 실제 겪고 보고 나서야 그 감정이 명확해질테니까.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막 다가온다면, 이미 뒤늦은 상태인 건 아닐까.
어제 본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여인의 향기. 한 여자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남은 수명은 단 6개월. 그동안 아등바등 살아온 그녀는 자신을 무시하는 회사에서 사표를 던지고 나온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려 한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여행을 갔다오고,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 말 그대로 죽기 전에 꼭 해야할 것들이다. 죽음을 앞에두게 되면, 일상 생활에서 잡다한 것은 대부분이 관심 밖의 것이 된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도 보내는 시간이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이게 되며, 쓸때없는 것들은 눈에서 사라지게 된다. 초점을 맞추게 될 대부분은 인간관계와 연관된게 많으며, 소소한 것이 많기도 하다. 평소 때는 하지 않았지만, 해야했었던 것, 조금 더 사랑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삶에 치여서 하고 있지 않는 것들이다. 기쁨, 웃음, 행복 등 좋은 감정들이며, 돈, 재산, 물건 등과 같은 물질들은 그 속에 포함되지 않는다.
죽음을 앞에 둔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울부짖으며 말했던 그러한 사실들이 와닿지만, 실천이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그러한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삶이 돈이 목적이 되고, 물질들이 행복의 요건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아닐까? 나 또한 마찮가지인 것 같다. 내일 죽을 것 처럼 오늘을 살라고 하지만, 내 몸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무엇이 행복한 것인지도 아직은 잘 모를 뿐더러, 무엇을 해야 행복해지는 건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는 가이드 라인을 따라 행동하려고 한건 아닌지. 난 무엇을 하고 있으면 행복할까? 그냥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면 행복한 것일까?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달성하면 행복해질까? 그런 것 이전에, 내가 무엇을 하면 기쁘고, 행복할까? 노력을 해야해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이제껏 찾아다녔던 일들은 내가 진정 원하던 일이 아니었는가? 아니면 단지, 어느 활동에나 있는 슬럼프를 넘지 못한 것인가? 나의 가치관에 맞는 일을 못찾은 것인가? 아니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가치관에 반하는 일이라 흥미를 잃은 것인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인 것인가? 나의 열정이 부족한건가? 나에게 열정을 불을 일으킬만한게 무엇이 있을까? 하루에 특정 시간에 집중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사람들과의 관계가 큰 힘을 실어줄 것 같은데, 나는 관계에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닌가? 혼자하는 것이 좋고, 편안하다고 해서 너무 홀로 지내는 것이 아닌가? 함께 멀리갈 친구를 사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고민의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일까? 치열하고, 깊게 고민해봐야할텐데, 그런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 것일까? 난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