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홈페이지에다가 맴버 중 한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탈퇴하겠습니다.'
곧 동아리 정기 모임을 가지는 지라 그 자리에서 생각을 들어보기로 하고 곧곧에서 들리는 이 화젯거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제쳐두고 오늘 모임에서 해야할 과제에 집중했다. 과제 발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고, 어수선한 동아리 정기 모임 자리에서 기자회견하듯 그 사람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저 자신의 열정이 식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처음에 드는 생각은 자신에게 솔직하고, 스스로의 생각에 대해서 당당히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에서 상당히 주도적인 인생을 사는 멋진 놈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그 의견 자체가 모임에서 나가겠다는 통지다보니 실제적 상황외에도 개개인의 감정적인 부분을 생각치 않을 수 없었다.
동아리 모임 자체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으며, 개인적인 문제는 또 무엇인가.? ...
이미 확신에 찬 결단이 뒷받침되어 있었기때문에, 서로간의 감정 섞긴 말의 공방은 무의미해 보였지만 이 흔치 않은 경우 속에서, 가는 이에게 동아리 구성원의 관계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 해주는 안타까움섞인 조언이 나에게 큰 뜻으로 다가왔다.
'개인이 문제인데, 지금 현재 환경을 바꾸는 것은 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은 아니냐. 환경을 바꾼다고 개인의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모임에 문제가 있었다면 너 스스로가 충분히 바꿀 수 있었다고 본다. 그렇게 어느 곳에 가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이 말은 모임에서 나가려고 하는 아무개한테 하는 말이었지만, 나 또한 아무개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므로 곧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여러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셨지만, 위의 두 말이 나에 머리 속에 박혀버렸다. 적극적이지 못한 소극적인 행동과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방관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기에 다른 이보다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약소했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 때문에 더더욱 열정이 식어가는 악순환.
아무개는 이미 깎아 버린 조각처럼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과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그 뜻에 대한 존중과 함께 노파심에서 하는 조언을 듣고 나가게 되었다.
선배, 형과 누나, 친구들의 조언을 좀 더 일찍 들었으면 그의 생각도 바뀌었을까..?
뭔가 떨떠름 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산뜻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의지가 생기기도 하고 열정이 생기기도 하고 ...
어찌됐든, 여러모로 두루두루 다양한 충격을 선사해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