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예전에 운영했던 Pulse-Beat's Bits-Box 블로그의 글을 옮겨 왔다.: 보내지 못한 편지
To. 수근 : 신뢰의 회복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난 일들을 회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엊그제의 일.
축구 경기 응원차 가졌던 만남. 비가 계속 내려 우중충한 상태에서 꿉꿉하기도 했고, 기운은 침체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의 만남이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억보다도, 너와 수근이의 다툼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너의 인내로 다행이 큰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 대해서는 참 너가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왜 그러한 일이 발생하였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단순히 그 상황만 놓고 보기에는 이제껏 서로간에 쌓아온 세월의 층이 너무나도 두터우니까. 우선 너에게 먼저 일어두자면, 이렇게 편지를 띄우는 이유는 나의 생각을 단지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삐뚤어지게 볼 필요도 없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화낼 필요도 없고,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다. 그냥 친구로써 너에 대해 느끼는 단순한 생각을 말로 표현할려는 것이니까. 몇 달 전부터, 너에게 전해주고 싶었지만, 많은 핑계들로 그냥 하지 않은 말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하나에 대해서만 말하려 한다. 바로,
"신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랜 기간을 같이 지냈다고 해서 서로의 관계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많은 세월 동안 같이 보고, 지내왔다고 해서, 친한 친구라고 단정할 순 없을 것 같다. 단순히 편하고, 익숙할 뿐. 그 친구의 단점과 잘못된 점들을 그냥 인정해버린다. 그 순간, 그 사람의 고유성은 유지가 되겠지만, "그냥 그러려니..."라는 말들로 넘어가버리게 되는 상황이 계속 일어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이것은 때론 사람들의 관계에서 유용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로 간의 신뢰를 깎아내리게 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랜 세월의 깊이만큼 우리의 신뢰의 층은 두껍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익숙해서 편할 뿐, 이미 너와 우리들 간의 믿음은 깎일 대로 깎인 듯 싶다. 이건 너도 마찮가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만,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껄끄러운 상황이기에, 그냥 지나쳐온 것들이다. 너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내가 느끼는 너의 감정은 "믿음(신뢰)가 부족하다."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겠다. 너가 하는 말의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가 없고, 너의 말 중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판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왜?" 라고 물어본다면, 답은 없다. 단지 그렇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너만의 문제도 아니고, 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냥 이제껏 20년을 살다오면서 쌓은 우리의 층의 깊이가 그리 두텁지 않은 것이다. 만남이 적어서일 수도 있겠지. 서로의 성격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지.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지도 있겠지. 서로 솔직한 말들을 건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어떠한 이유에서든, 중요한 것은 현실을 먼저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현재의 상황을 책상에 펼처 놓고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것일까를 생각해보는 것이지. '약속은 무조건 지키기', '빈말 하지 않기' 같은 간단한 행동에서부터 시작해서, 서로간의 '정기적 만남'을 가지면서 서로간에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 등이 있겠지. 요약하자면,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시작으로, 믿음을 쌓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거지.
신뢰란 한번 깨지면 다시 쌓기 어려운 것은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차곡차곡 쌓아나가면 이루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좀 더 서로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대할 필요가 있다. 이제껏 서로간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지 간에,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를, 너를 대하고 싶다.
p.s 이번 주 금요일 시간 있으면, 같이 옷 보러 가지 않으련?
<p style="text-align:right;">- 2010년 6월 28일 -</p>